맛뿐 아니라 식초의 탁월한
살균효과도 큰 장점이다.
식품 보존 기술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대부분의 음식이 장기보관 도중 맛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각종 세균이 번식하여 음식이 상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식초는 그 떨어진 맛을 보충해줄 뿐 아니라 각종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식중독까지 막아주었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에서
군단병과 하층민들은
정수용으로 시어진
포도주로 만든 식초에 물을 타서 만든 음료인 포스카(Posca)를 마셨는데, 이 역시 식초의
소독 살균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해당 지역의 지하수는 염기성이 강한
석회수라서 그냥 먹으면 배탈이 났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식수에는 포스카를 섞어 먹었다. 포스카에 있는 산이 병균이나 박테리아의 증식을 억제해 주기도 했고, 석회의 염기성을 중화시켜 배탈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군대에서 포스카를 섞지 않은 일반 생수를 먹이는 게 가혹행위로 분류되어 처벌 대상이었을 정도. 이때문에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을 때 바위로 길이 막히자 식초로 녹여서 길을 뚫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초밥의 경우는 원래
김치와 마찬가지로 발효시켜 신맛을 내던걸 생산속도를 위해 식초로 신맛을 내게 된 경우라
살균 효과를 노리고 만든 음식은 아니다. 재미있는건 김치가 일본으로 전래되어 만들어진
기무치 역시 발효 대신 식초로 신맛을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소독약처럼 쓰이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 무렵, 중동에서 활동하던 십자군
기사들은 몸에 종기 같은 피부병이 발생하면 오래된 식초로 온 몸을 씻는
민간요법을 썼는데, 놀랍게도 이게 효과가 있어서 피부병이 나았다. 또한
흑사병으로 초토화되던 유럽에서는
마늘과 허브 따위를 팍팍 우려낸 식초를 몇 시간마다 전신에 바르면서 멀쩡히 돌아다닌 도둑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들이 결국 붙잡히자
자유를 대가로 레시피를 불었다는데 이걸
네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라 한다.
[10] 또는 이 도둑들이 흑사병 이전에 잡혔고 형벌로 흑사병 환자의 시체를 묻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거의 확실히 죽게 된 상황에서 살 궁리를 하다 이 식초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런 의미로 인류 번성의 숨은 공로자. 식초가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고대인들이 다양한 질병으로 죽었을지 모를 일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것이 일종의 살균제 & 소독제 역할을 한 것인데 살균제 & 소독제로 매일 같이 청결을 유지하니 당연히
흑사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 것이다.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식초의
살균효과를 이용해서 주방에서 행주 등을 살균할 때 많이 사용한다. 가장 탁월한 장점은 식품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 단점은 시큼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많이 행궈야 한다. 혹은 식초의 냄새가 날아가게끔 바람이 부는 곳에서 충분히 말려야 한다.
이를 이용해 예로부터
무좀에 걸린 발을 식초 푼 물에 담그면 특효라고 해서, 무좀에 걸린 환자들이 큰 대야에 식촛물을 담고 발을 담그는
민간요법을 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를 보기 보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으니
절대 하지말자. 부산에서는
아토피 증세가 있던 아이가 부모의 이런 식촛물 민간요법 때문에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민간요법을 실험할 시간과 노력으로 차라리 피부과에 가는 편이 훨씬 낫다.
살균작용이 뛰어나지만 강한 산성으로 물질들을 부식시켜 필요한 양분을 얻는
곰팡이류에게는 효과가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균과 달리 곰팡이류는 시각적으로 알아보기 쉬운 만큼 크게 상관없는 단점. 다만 어딘가 곰팡이가 끼었거나 할 때엔 나름대로 효과가 있어서 세척용으로 쓰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습기의 경우 식초를 쓰면 비록 살균제를 쓰는 것 보다는 효과가 무디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안전하다. 단점이라면 세척 후 사용했을 때 한동안 식초 냄새가 죽여준다는 난점이 있다.
식용 외에도 청소용으로도 쓰인다. 도마나 칼도 식초로
소독이 가능하다. 특히 생선이나 조개 등 해산물 때문에 생긴
비린내를 없애는데 효과가 좋다. 해산물 비린내의 주 원인은 트리메틸아민(TMA,Trimethylamine)인데 이게 염기성이어서 식초의 산성과 만나 중화 반응을 일으키면서 비린내를 잡아 주는 것. 산성의 효과이기 때문에
레몬즙과 같은 다른 산성 물질을 사용해도 효과가 있지만, 식초가 가장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각종 음식물이 튀어서 생긴 오물로 더러워진
전자레인지를 깨끗하게 소독 및 스팀 청소를 하는 데에도 쓰인다. 전자레인지에 식초와
물을 섞어 넣고 몇 분간 돌린 후, 식초 증기로 촉촉해진 내부를 천으로 닦아내면 묵은 때도 없고
살균도 끝난 깨끗한 전자레인지가 된다. 단, 이렇게 사용한 경우 온 집안에 역한 냄새가 진동하니 환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화장실 지린내나 반려동물
오줌 냄새 등을 없애야 하는데 산성세제가 없을 때 대신 써도 꽤 효과가 좋다. 식초 특유의 냄새가 남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냥
물로 잘 씻어내면 되고, 남은 냄새도 환기만 잘 시키면 금방 빠진다.
흔히 퍼진 "
베이킹 소다와 함께 사용하라"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 둘을 섞으면 화학반응이 매우 격렬히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열과
이산화 탄소가 발생한다. 겉보기엔 이산화 탄소로 인해 거품이 많이 발생해서 마치 세제처럼 세척 효과가 있을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산화 탄소 자체는 세척력과 무관하며, 식초와 반응해서 생선된 아세트산나트륨 역시 세척에는 쓸모가 없다. 따라서 둘을 함께 쓰는 것은 무의미하며, 쓰더라도 따로따로 써야한다. 이 반응을 이용한
어린이용 용암놀이가 있다. 초등 6학년 과학 과정에서 이산화 탄소를 만들 때 사용하는데 식초 대신
레몬즙을 써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