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동아시아에서는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았다. 잠수하여 채취하며, 회, 볶음, 찜, 탕 등으로 먹으며 '바다의 산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 좋고(?) 비싸다. 다만 해삼 중 식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민둥민둥하고 길쭉한 외형이 똥, 거머리나 벌레를 연상시키기 쉽기에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고 평가받으면서도, 은근히 귀엽다고 생각하는 매니아층도 있는 생물이기도 하다. 촉수가 없는 녀석은 외모가 말 그대로 똥이나 다름 없지만, 나름 촉수가 돋았거나 붉은색이나
[3] 핑크색
[4] 등의 아름다운 색상을 가진 녀석이라면 해수항에 포인트로 기르기도 한다. 다만, 후술하듯이 해삼에겐 물고기에게 치명적인 독이 있기 때문에 해삼만 따로 길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재료로서, 특히 회로 접하기가 제일 쉽다. 우리나라에서 식용하는 것은 돌기해삼, 개해삼 2종인데 개해삼은 옛날에나 일부 사람들이 먹었던 것으로 보이며
[5] 지금은 돌기해삼만 식용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어촌계에서 돌기해삼 종자를 주기적으로 뿌리기 때문에 자원은 풍부하다. 보통 메인
회가 나오기 전 에피타이저 격으로 나오는데,
멍게나
개불이 세트로 딸려온다. 맛이 좀 씁쓸한 편이다. 같은 쓴맛을 가진 해물인
멍게보다는 약하다. 보통 오이 썰듯 가로로 얇게 썰어 제공되며 오돌토돌하고 두툼하며 속이 꽉 찬 식감을 갖는다. 촉감은 부드럽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다. 정확히 말하면 해삼은 점탄성을 보이기 때문에 처음엔 부드럽지만 꾹 누르면 딱딱해진다. 그래서 씹으면 씹을수록 딱딱해지는 식감을 가지고 있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그만해졌다가 몇 미터씩 늘어질 수도 있게 하는 세포구조 덕분에 요리할 때 잘 썰지 못하면
칼이 잘 안 들 정도로 몸이 단단해진다. 씹다 보면 식감 자체는 상당한 진미임을 느낄 수 있다. 기괴한 외형과 다르게 누린내는 없는 편이며, 비린내도 심하지 않다. 횟감의 감초인
초고추장에도 잘 어울린다. 여러모로 횟집 에피타이저 3종세트 중에선 가장 호불호가 덜 갈리는 맛이다. 멍게나 굴하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해산물 초심자가 도전하기 쉽다.
중국 요리에서는 중요한 고급 식재료로,
[6] 중화요리에 들어가는 불린 건해삼은 쫀득하고 말캉말캉하며 생해삼과는 식감이 다르고 바다생물을 말려먹을 때 흔히 나는 건어물 냄새가 조금 난다. 건해삼은 만드는 데도 손이 많이 가고 불려서 요리에 쓸 때도 손이 많이 가는데, 만들기 위해서는 내장을 제거한 해삼을 물에 넣고 데쳤다가 식히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뒤
[7], 익어서 쪼그라든 해삼을 바짝 말려야 한다. 그렇게 마른 건해삼을 다시 불리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며 계속 물을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번거롭다. 이렇게 번거로우니 생해삼을 쓰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해삼은 물에 넣고 끓이면 쪼그라들면서 딱딱해져 먹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익혀 먹으려면 반드시 불린 건해삼을 써야 한다. 즉 해삼 요리가 비싼 이유는 해삼이 아주 귀해서라기보다 재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게다가 해삼은 몸 대부분이 수분이라 말리면 양이 굉장히 적어지기 때문에 같은 양 대비 더 비싸지는 것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국산 통 건해삼을 검색해보면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싼 미국산 건해삼 조차도 소매가격이 100그램에 5만원을 넘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식당에선 비교적 저렴한 건해삼채를 불려서 사용한다.
[8]국산 건해삼은 중국에서도 꽤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중국으로의 수출을 노리는듯 하다. 건해삼이 비싸다고는 하나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있거나 자주 쓰이는 식재료는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 수출하는 편이 더 값을 받는다.
중국선 300g에 235만원 최고 보양식, 일본은 생산량 대폭 늘려… '中日 해삼전쟁' 현장 취재[9]일본에서는 해삼 내장이 귀한 식재료이다. 과거
중국에 값진 식재료였던 해삼을 수출하면서 남는 내장을 이용한
요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오히려 일본에서는 해삼 자체보다 내장을 더 귀하게 취급할 정도로 주객전도된 상태. 시장에서 파는 해삼은 내장을 빼서 파는 경우가 많으며 내장 없는 해삼은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해삼 내장을 젓갈로 담근 것을 코노와타(海鼠腸, このわた)라고하여 상당한 진미다. 내장을 염장하고 청주와 맛술을 첨가하여 살짝 발효시켜 만든다. 생내장에 비해 풍미가 압도적이다. 고급 일식집이나 해산물
뷔페에서 맛볼 수 있다. 해삼 산지 인근에서는 해삼 내장을 밥에 비벼먹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직접 살아있는 해삼을 손질하는 횟집이나 어시장 등에서는 '귀한 부위'라면서 손님에게 내장을 따로 챙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10], 신선한 해삼 내장을 생으로 먹어도 해삼 풍미가 진하게 난다.
단 모든 해삼이 식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나카리해삼처럼 독성이 있는 해삼도 있다. 식용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삼은 사포닌 함유량이 너무 많아서 입에 넣으면 입안이 저리고 아리기 때문에 식용하지 못한다.
해삼은 식용 말고 수조에서 관상용, 혹은 청소부 용도로 길러지기도 한다. 특히 열대 해삼은 색이 화려해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해삼의 독 때문에 수조 안에서 같이 살던 생물들이 골로 갈 수도 있어 합사 난이도가 낮은 생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