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PC 게임)의 여명기에는
조이스틱과
패들이 입력장치로 각광을 받았으며, 키보드는 그런 게임 전용 입력장치가 없는 사람이나 쓰는 불편한 입력수단으로 백안시되곤 했다. 특히 초창기 키보드 중에는 동시에 여러 개의 키 눌림을 인식하지 못하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에, 키보드를 이용해 비디오게임의 복잡한 입력을 수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 전용 입력장치가 없는 사용자들, 특히 사무실의 컴퓨터로 비디오게임을 몰래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디오게임 플레이어들은 키보드를 이용해 비디오게임을 즐기기 편리한 입력 방식을 연구하게 되고, 특히
이드 소프트웨어의
둠을 비롯한 초창기
1인칭 슈팅 게임(FPS) 플레이어들은 이런 류의 게임에 최적화된 키보드 키 조합을 고안해내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
WASD” 이동 키의 시초다.
[12]여기에
마우스 입력을 받아들이는 FPS 비디오게임들이 점점 늘어나며 키보드 + 마우스 컨트롤의 강력함이 조이스틱 등 비디오게임 전용 입력장치의 성능을 압도하기에 이른다. FPS 초기 걸작인
둠까지만 해도 마우스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시점을 조작하는 것은 “마우스룩”이라 하여 특수한 조작으로 인식되었지만, 진정한 3차원 FPS인
퀘이크가 출시되며 FPS의 입력은 키보드(이동) + 마우스(시점 조작/겨냥 및 사격)가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이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아직도 키보드 + 마우스의 아성을 깨뜨릴 입력장치는 개발되지 않았으며, 비디오게임 전용 콘솔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날로그 스틱이 장착된 게임 전용 패드는 매우 정교하게 고안된 입력장치임에도 불구하고 키보드 + 마우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과 패드 사용자를 같은 게임에서 경쟁시키는 것이 대부분 금지되어 있을 정도로 입력의 편의성 면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이는 키보드보다는 시점을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마우스의 우수성에 기인한 바가 크지만, 마우스를 오른손으로 조작하며 왼손 하나로 각종 복잡한 입력을 가능하게 해 주는 키보드 역시 중요한 입력장치임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키보드는 “수많은 키가 달려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어떤 입력장치도 따라올 수 없는
조작 편의성을 제공한다. 키보드는 많은 글자 및 숫자 키, 펑션 키가 달려있을 뿐 아니라 시프트, 알트, 컨트롤 키 중 하나 또는 복수와 조합함으로써 수백 가지의 입력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한 “단축키” 기능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게임 장르가 바로
실시간 전략 게임(RTS)이며,
e스포츠 프로 선수들이 구사하는 현란한 단축키 사용을 보노라면 키보드야말로 비디오게임에 최적화된 입력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13] 특히
멤브레인 키보드에 밀려 힘을 잃어가던
기계식 키보드는 게임 시장 및 게이머 인구의 확대로 다시 부활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한편 키보드와 마우스의 조합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비디오게임 장르도 물론 존재하며, 애당초 조이스틱 입력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게임인 아케이드 게임들, 즉
슈팅 게임,
플랫폼 게임,
대전 격투 게임 등의 분야에서는 아날로그 스틱과 특정한 레이아웃으로 배열된 버튼들이 빛을 발한다. 특히
아날로그 입력을 받아들이도록 설계된 게임의 경우 키보드로 플레이하기 까다롭다. 이런 게임들은
조이스틱을 살짝 기울이는 경우와 완전히 기울이는 경우의 입력이 서로 다른데 키보드는 눌린 상태와 눌리지 않은 상태 둘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게임들에서도 키보드와 마우스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게이머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들은 다소 별종 취급이며, 상위권 플레이어들의 경우 전용 조이스틱을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14]소위 게임용으로 출시되는 키보드의 경우는
USB 허브와 오디오 단자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키보드는 연결선 중간에 노이즈 필터가 있는 것도 많아서, 음성 신호의 잡음도 걸러진다는 점을 이용해서
PC-Fi 용도로 쓸 수도 있다.
게이밍 마우스와 마찬가지로, 게임용으로 나오는 키보드는 게임과 연동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를 할 때
D.Va를 픽하면 분홍빛으로 빛나거나,
글로벌 오펜시브를 할 땐 CT/TR에 따라 주황/파랑색으로 바뀌는 등이 있다.
또한 게임플레이 시에는 마우스처럼 키보드 역시 응답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요즘 나오는 키보드들은 폴링 레이트는 1ms를 맞춘 게 대부분이지만 사용자가 물리적으로 키를 눌렀을 때부터 해당 신호가 CPU까지 전송되는 총 시간, 즉 클릭 레이턴시(Click latency)는 그보다 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15] 이 부분은
로지텍이나
커세어,
레이저,
스틸시리즈 등의 유명
게이밍 기어 제조사에서 만드는 키보드를 쓰면 평타는 친다.
[16] 게이밍 키보드가 키캡이나 하우징 등의 부분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게임 성능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