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는 다지류.
바퀴벌레처럼 산이나 들 같은 야생에서도 살지만 인가 근처에서도 많이 살기에 사람들이 그리마를 보게 된다면 십중팔구 집 안이나 집 근처의 하수도에서 보게 된다.
모기,
파리,
바퀴벌레,
흰개미,
빈대,
진드기,
나방등의
작은 벌레들[2]을 잡아먹는다.
특히
바퀴벌레와 관련해서 말이 많은데 인터넷엔 '그리마가 바퀴벌레를 박멸한다'는 말이 떠돌기도 한다. 실제로 그리마를 박멸하고 바퀴벌레가 창궐했다는 말도 자주 보인다. 그래서 그리마와 바퀴벌레 둘 다 창궐하는 경우, 둘 다 박멸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리마를 잡지 않는 게 낫다는 견해도 있다. 전혀 근거없는 소리는 아닌 것이, 먹이로 바퀴벌레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리마가 바퀴벌레를 먹는 건 사실이라 박멸까진 아니라도 개체수가 줄어들기는 하기 때문이다. 물론 둘 다 없는 게 바람직하므로 딱히 권장할 건 아니다.
수명은 벌레 중에서는 상당히 긴 편인 3~7년 정도로, 성체가 되기 까지 6번의 탈피를 하며, 3년째에 성적성숙에 도달한다. 성충은 단독생활을 하지만 영역권을 가지지 않기에 먹이가 있는 곳 근처에 모조군체(pseudocolony)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인간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틈에 거주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어린 개체는
진드기 같은 작은 생물을 주식으로 하며,
바퀴벌레 같은 대형 곤충을 포식하기 위해서는 성체가 돼야 한다.
다리는 허물을 벗을 때마다 늘어나며 성체는 보통은 30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색깔은 회갈색~회색에 노란 점무늬가 찍혀 있다. 도마뱀과 비슷하게 적의 공격을 받으면 자기 다리를 떼고 도망가는 습성이 있으며, 갑충들처럼 몸이 단단하지가 않아서 바퀴벌레나 지네 같은 것들보다 훨씬 잡기 쉽다. 심지어
에프킬라나
컴배트를 뿌리고
[3] 파리채에 스치기만 해도 다리를 우수수 떨어뜨리면서 죽는다.
그러나 이런 유약한 내구도와는 달리 한 번 마음 먹고 뛰어다니면 그 이동속도가
미친듯이 빠르다. 다리가 많은 신체구조 특성상 커브를 틀거나 해도 속도가 줄지를 않고, 갑자기 미친 속도로 다리가 웨이브를 타듯이 움직이며 사라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바퀴벌레나 노린재마냥 신문지나 쓰레받기로 잡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보통 채집꾼들이 쓰는 곤충용 흡입기로 잡는 게 좋으며, 없다면 커다란 바구니나 랩으로 잡자.
[4]포획해서 밖에 풀어줄 생각 없이 그냥 죽일 거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다. 살충제에 내성이 있어 잘 죽지 않는 바퀴벌레와는 달리 그리마는 살충제에 매우 약하다. 그리마를 향해 살충제를 직사하면 100% 확률로 죽는다.
민첩성과는 별개로 탐지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고 위험에 둔감한 편이기 때문에 의외로 사람 손으로도 빈번하게 잡힌다. 그리마를 휴지 뜯어 뭉쳐 말아쥔 걸로 몇 번씩 손으로 잡으면서도 그리마의 미친 스피드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도 많은 편이다. 빛이 비춰지고 사람의 시선이 향하자마자 쏜살같이 달아나는 바퀴벌레와는 달리 구석탱이에 가만히 있다가 잡히는 경우가 부지기수.
세간에서는 '돈벌레'라고 부르며 그리마를 죽이면 돈복이 나간다고 하는 미신이 있는데, 이는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그리마들이 어둡고 습한 광(부잣집일 수록 큰 한옥 창고)이 넓고, 난방이 잘 되는 부잣집으로 몰려 과거엔 그리마들이 대체로 부잣집에 잔뜩 있었기에 유래된 이야기로 보인다.
사람을 피해(에워) 다니는 벌레라서 구석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습한 곳을 좋아해서 여름에 가끔 벽이나 사람 눈 앞을 멋모르고 지나간다. 눈이 좋은 편은 아니라 어두우면 사람을 못보고 바닥이나 벽에 붙어 돌아다니다 사람 눈에 보이기도 한다. 그리마는 겁이 많고 사람을 피해 다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소리를 내거나 그리마 근처로 다가가기만 해도 지가 알아서 도망간다. 근처에서 팔을 휘적휘적 거리기만 해도 빠르게 도망가버리니 그리마를 굳이 죽이기 싫거나 죽은 그리마를 치우기가 혐오스러운 사람은 이 방법으로 쫓아내버릴 수 있다. 자기가 알아서 사람을 피해 다니는데다 번식력도 좋은 편은 아니라서 한 번씩 쫓아내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집안에서 그리마가 지속적으로 출몰한다면, 목조 프레임 등의 건물 벽이나 바닥 틈새에 들어가 서식하고 있거나, 문틈 등으로 자주 드나들고 있는 경우이며 집 외부 혹은 내부에 그리마의 먹이가될 다른 벌레들이 충분히 서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나
전원주택 같은 환경에서 자주 출몰하며, 특히나 비가 오는 날, 장마철 등에 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쉽게 목격 할 수 있다.
[5] 익충으로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러운 환경에 사는 데다 벌레인 이상 거주 공간 내부에 그리마가 출몰하는 것은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경우 조금 수고가 들더라도 문틀, 창틀이나 집안의 벌어진 틈을 찾아 약을 뿌려 내부의 그리마를 퇴치한 뒤 잘 막아두고, 집 주변에 주기적으로 농약 등을 적정량 살포하여 벌레의 개체수를 줄이는 것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사람을 피해다니는 개체이나 가끔 사람을 물기는 한다. 자세히 보면
지네와 같이
날카로운 턱이 있다. 밤에 실수로 사람 근처에 있다가 사람이 뒤척여서 물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물린 곳은 빨갛게 조금 부어오르는 정도. 지네만큼 아프지는 않고 가려운 정도의 약한 독이다. 사실 지네조차도 독이 강한 편은 아니라 고슴도치 정도만 되어도 지네를 잡아먹는데, 그리마는 그보다도 훨씬 약한 독이다.
떨어진 다리가 재생되기는 한다지만, 탈피를 거치면서 다리가 회복되는데 너무 많이 떨어지면 다시 재생되기 힘들다.
일교차가 심한 초가을이나 덥고 습한 여름철에 주로 인가에 침범하며 그리마가 자주 출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습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6] 그리마는 주로 밖에서 서식하는 만큼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창문의 틈이나 찢어진 방충망 등을 막거나 메우는 것을 권한다.
또한 겨울이라고 해도 안심하면 안 된다. 겨울에도 가끔 출몰하긴 하는데 그 원인은 초가을이나 여름에 미리 들어왔던 그리마가 그동안 숨어서 지냈거나 비교적 겨울에도 습하고 기온이 적당한 하수구나 환풍구에서 나오는 경우이다. 창문을 열고 온도와 습도를 낮춘다고 해서 그리마에게는 그닥 치명적이지는 않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남아 있는 그리마를 직접 잡는 방법밖에 없다. 에어졸 살충제로 그리마를 향해 직접 분사했다면 아무리 틈이나 가구 밑으로 숨었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낮으므로 안심해도 좋다.
현재 대형 그리마들은 오키나와 섬, 보르네오 섬의 동굴이나 라오스 등지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동굴에서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특히나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동굴에 사는 대형 그리마는 맹수대백과60
[7] 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도 취재된 바 있다.
원본허약한 내구력 때문에 바퀴벌레나 곱등이, 파리처럼 전투력이 최약체일 것 같지만 의외로 사냥실력이 꽤 좋은 포식자이다. 크기가 엇비슷한 다른 절지동물에게 먹이로 주었다가 역으로 그리마가 잡아먹는 경우도 있으니 먹이용으로는 피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