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야에 대해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철학자는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인데, 그에 따르면 국가는 정신이 그 자신을 실현시키기 위한 단위다. 국가 안에서 사람은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정해진 형식의 배후에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으며, 그 조건을 나중에 살펴 보았을 때 결국 어떤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쉽게 풀어쓰자면 다음과 같다. 근대적 민족의식이 태동하기 위해서는
민족이라는 형식 안에서 그 자신들을 정해져 있는 집단으로서 발견하기 위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것은 그전까지 체제에 일방적으로 순응적인 입장에 섰던 사람들이 자신을 처음으로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근대국가를 성립시키는 것은 필연적이다.
만약 근대국가를 성립시키지 못했다면 다른 근대국가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결국에는
민족으로서의 주체성을 각성하고 근대국가를 수립하게 된다. 국가는 이렇게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경험과 행동을 강제한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국가 안에서 통용될 수 있는 논리는 결국 그것을 경험한 이후에야 사람들 사이에서 상식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는 말의 의미이다.
여기서 국가는 지층처럼 특정한 시간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삶을 자기 자신의 내부에 새기는데, 이렇게 새겨지는 시간의 총합은 그것을 단순히 합산한 것보다 더 거대한 지점에서 개인들의 삶을 결정한다. 이것을
시대라고 한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래서 공통된 감각적 틀을 가지게 되는데, 헤겔은 이 감각을 재현하는 것을
예술이라고 보았다.
이를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는 후세의
철학자들이 헤겔에 대해 가한 비판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국가는 개인의 삶을 강제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가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유와 그 삶을 누리면서 얻게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헤겔은 국가를 이런 것이라고 보았을 뿐 이것이 당위이며 이것을 인간 스스로가 의도해야 한다고 보진 않았다.